20세기의 천재화가,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는 92세의 생을 마감할 때까지 3만 5000여 점의 작품과 실험적인 작업을 했다. 그의 삶은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은 정력적인 창작의 몰두였다. 다양한 주제와 기법을 동원하여 정말 한사람이 해낸 일이라 믿기 어려운 작업을 한 화가다. 천재들의 삶에서 종종 보듯이 그는 대단한 여성 편력자다. 공식적인 여인(부인)만 일곱 명에다, 팔십이 넘은 나이에 서른 살 남짓 자클린 로크와 결혼 한다. 그래서 일까, 여인이 많은 작품 소재가 된다. 그의 작품 중 '알제의 여인들'이 지난 5월 11일 뉴욕 크리시티 경매에서 1968억 원에 팔려 미술품 경매 역사를 새로 썼다. 피카소의 또 다른 일면은 음식을 즐기면서 먹을거리(음식, 식탁)을 소재로 굉장히 많은 그림을 그려냈다. 식탁에서 음식을 먹는가 하면 그 곳에서 그림도 그렸다. 단골 카페에서 남은 커피로 냅킨에 그림을 그리고, 그린피스를 곁들인 비둘기구이는 입체파 대표작품이 되고, 생선뼈는 도자기 작품에 새겨진다. 또 7번째 여인, 자클린 로크가 즐겨 만들던 뱀장어 마틀로트는 그녀를 기리는 작품으로 영원히 남기게 하는 등 많은 작품을 그렸다.
피카소는 지중해(땅 한가운데 있다는 뜻) 연안도시이며 남프랑스와 인접한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바르셀로나 시 인근에서 태어났다. 지중해 연안 국가, 도시들은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지중해 바다에서 잡아 올린 기름지고 맛있는 해산물과 따뜻한 육지에서 자라난 곡식, 과일, 채소 등의 풍부한 물산이 좋은 식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괴테는 1786년, 1787년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기행을 썼다. 지중해 주요 연안도시 나폴리 여행의 기행에서 '그지없이 아름답고 정말 살기 좋은 고장(바다와 육지의 좋은 물산 덕)이며 노동의 땅이 아닌 경작의 땅'이라 했다. 또 '자연 환경은 북방 민족(노르웨이 등 북 유럽)을 경건하게 하는 반면 남방 민족(나폴리 등 남유럽)은 가난해서 불쌍하게 보이는 사람도 최소한의 기본욕구는 충족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멋지게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피카소는 바르셀로나 인근에서 파리로 가기전, 청년시절까지 작품 활동을 하며 지중해의 자연과 음식문화를 체험했고 그때의 영감과 자극들을 고스란히 이후 작품으로 형상화해 냈다. 하여 그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나 아주 머나먼 문명에서나 함께 영감의 원천을 찾았다. 그리고 그는 일상의 가장 단순한 것들을 변화시켜냈다. 피카소의 작품세계를 통해 자연과 그와 관련한 문화(음식)가 인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추해 낼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광주ㆍ전남의 자연환경과 예향으로 회자되는 예술전통을 설명하기 위해 지중해 자연과 피카소 생애를 들춰냈다. 한반도 서남해안에 위치한 광주ㆍ전남의 자연환경은 한반도의 다른 어떤 곳과 비교할 수 없는 곳이다. 지중해 자연과 비교해도 4계절이 뚜렷한 점과 그에 따른 특징은 이 곳 자연이 더 두드러진다. 그리고 일반적 특징의 첫째는 토양이다. 이곳 땅은 화성암지대로 풍화가 잘되고 기름지다. 둘째 바다 속의 땅, 대륙붕은 서남해안에 가장 넓게 펼쳐있다(2~5광구). 미네랄이 많아 맛있고 영양가 높은 어족이 생산된다. 셋째 태양의 일조량이 길다. 일조량 부족은 농작물을 부실하게 하고 사람건강을 해친다. 넷째 대기 중의 기후다. 철따라 달라진 태평양의 바람, 긴 일조량에 의한 온도, 습도 등은 서로 작용해 사람살기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천일염, 유자, 귤 등 특수 작물을 생산한다. 결국 자연현상은 사람의 생존을 영위하는 음식, 정신과 연결되며, 이 지역 사람들이 머리가 좋고 예술에 뛰어 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공연(판소리, 무용, 산조 등)과 미술(청자, 분청자기, 한국화 등), 문학 등에서 한국 예술을 선도해 광주비엔날레, 아시아문화전당으로 이어지게 했다.
이곳 자연환경의 선물은 음식문화로 귀결 지을 수 있다. 광주ㆍ전남의 음식문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좋은 자연에서 자란 물산과 발효에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음식의 고장이라는 말만 무성하게 할뿐 이것을 산업에 연계해 돈 버는데 유효하지 못했다. 그 배경에는 광주ㆍ전남 음식에 대한 특화 실패(김치, 한식),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과 연구부족, 관광산업의 미흡, 광주시 음식정책의 혼재 등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5월 문화전당 옆을 지나다 우측 음식의 거리로 알려진 구 시청 도로입구에 설치된 '아시아음식문화의 거리' 표식을 발견하고 마음이 즐거워짐을 느꼈다. 문화전당과 연계하면서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후 밤에 거닐어 보기도 하고 온라인을 헤쳐 봐도 홍보가 잘 돼있지 않고 어설프다. 2007년 시에서 문화중심도시 연차별 사업으로 정한이후 조성이 미진해 보인다. 하루빨리 조성해 명실상부한 아시아음식문화의 거리가 되기를 바란다.
정창재 지역문화예술 평론가ㆍ전 광주문화예술회관 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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