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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연은 그 여운이 오래간다. 단순 즐거움 외에 정신적 행복과 심신의 활력을 얻게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예술의 힘이다. 필자는 최근 실험적 공연 작품을 주로 관람하고 글을 쓰고 있다. 평론활동으로 실험적 공연의 실체를 밝혀내 공연산업 발전의 길을 찾아 알리는 것을 사명으로 알고 있다. 왜 사람들은 실험적 공연(작품)을 갈망할까. 인류는 무엇인지 새로운 예술이 있을 걸로 믿고 찾는 인간 본성 때문이리라. 그러나 필자는 'NO!' 답을 내린지 오래다.

지난 3월 하순 LG아트센터에서 관람한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는 참 독특했다. 이 공연을 보고자 시간과 경비를 아끼지 않은 이유는 지난 해, 2015년 10월 하순 아시아예술극장에서 필립 글래스의 4막의 오페라 '해변의 아인슈타인'을 관람하고 그의 작품세계를 높이 평가해서다. '해변의 아인슈타인'은 이 시대 연극 연출의 거장 로버트 윌슨과 협업을 통해 만들어낸 연극적 색채가 짙은 오페라다. 글래스가 '미녀와 야수'에서도 영화사에 이름을 남긴 프랑스 장 콕토(1889~1963) 감독과 협업을 한 셈이다. 장 콕토는 이미 세상을 떴지만 그가 1946년 만든 동화 판타지 영화 '미녀와 야수'의 흑백 영상만을 활용해 1994녀 오페라 '미녀와 야수'를 만들어 냈다.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천재적인 발상을 통해 이룩한 성과다. 글래스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음악적 특출함이 있다. 그러나 연극과 영화와 협업이 없었다면 두 작품이 최고의 오페라가 됐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신화, 동화 등은 다양한 예술로 표현돼 그 가치가 이어져 온다. 유럽지역 전래 동화 '미녀와 야수'는 1756년 잔마리 르프랭스 드 보몽 부인 등이 활자화 한다. 이후 순수 오페라,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으로 각색돼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장 콕토 감독의 '미녀와 야수'는 부자 거상이 망해가는 얘기부터다. 상선들이 난파되어 재산을 잃고 시골집으로 이사 왔다. 세 딸 중 두 언니는 마음씨 사납고 사치만 한다. 주인공 셋째 딸, 벨은 예쁘고 마음씨 곱다. 한국의 심청 같고 언니들 학대는 장화홍련전 속 그것 같다. 오빠 이브낭과 친구 루도빅은 놀음 꾼에 망나니다. 루도빅의 청혼에 벨은 아버지 곁에 있기 위해 거절한다. 아버지는 마지막 남은 배 한척이 항구로 들어온다는 기별에 달려갔으나 사기를 당한다. 호텔서 쫓겨나 헤매다 낡은 성에 도착했다. 휴식 후 집을 떠날 때 벨과 약속한 장미꽃 선물이 생각나 장미를 꺾었다. 성의 주인 야수가 장미를 훔쳤다고 죽이겠다한다. 야수는 세 딸 중 하나를 데려오라며 아버지를 보낸다. 결국 마음씨 착한 벨이 야수의 말을 타고 성으로 갔다.

성은 아름다우며 호화스럽고 사람 대신 손들이 시중을 든다. 홀로 있는 벨은 마음이 편 할리 없다. 야수는 매일 밤 7시 식사 때 온다. 같이 있어준 벨을 고마워하고 "내 마음은 선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와 결혼해 줘"를 반복한다. 벨은 야수의 청을 거절하지만 가까워진다. 거울을 통해 앓고 있는 아버지를 본 벨이 앓아눕자 야수도 마음이 아프다. 벨을 아버지께 보내며 7일 안에 돌아올 것과 돌아오지 않으면 자신이 죽게 된다고 말한다. 힘의 원천인 황금열쇠, 장감, 말, 거울 등 모두, 즉 목숨을 준다. 언니들의 방해로 7일이 다되었다. 거울을 통해 본 야수는 호숫가서 쓰러져 신음한다. 장갑의 마법으로 급히 갔으나 야수는 죽어가고 있다. 이브낭과 루도빅이 야수를 죽이고 보물을 뺐겠다고 따라오다 루도빅이 화살에 맞아 야수가 돼버린다. 벨이 야수에게 장갑을 끼워주며 마법의 힘으로 어서 일어나라 애원하며 사랑한다 고백한다. 결국 야수가 죽더니 늠름한 왕자, 루도빅으로 환생한다. 왕자는 마법에 걸리게 된 것과 벨의 사랑으로 마법에서 깨어났다 기뻐한다. 두 사람은 왕국으로 가기위해 날아오르며 끝이 난다. 작품을 보면서 인간이 루도빅, 야수, 왕자의 마음을 가진 복잡한 인격체라 생각된다. 우리 속담의 '금수만도 못한 놈' 말이 실감나게 한다.

무대 위 약간 높이 설치된 스크린 아래서 필립 글래스 앙상블과 4명의 성악가의 연주는 장 콕토의 영화를 재해석하기에 충분했다. 앙상블의 연주는 글래스가 발전시킨 새로운 스타일, 즉 '반복 구조를 가진 음악'은 우아한 선율의 짧은 악구가 씨줄과 날줄로 엮이듯 소리의 태피스트리를 만들어 내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한없이 빠져들게 한다. 네 명의 성악가가 노래로 들려주는 스크린 속 배우의 대사는 잘 짜여 진 흑백 오페라다. 두 천재가 협업으로 이룬 라이브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는 새로운 예술 형태를 보여준다. 이번 공연은 두 가지 교훈이 있다. 실험적 공연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둘째, 천재들도 순수한 새로운 예술세계는 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창재 지역문화예술 평론가ㆍ전 광주문화예술회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