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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해 전부터 유럽 문화수도 그리스의 아테네 여행을 계획해 왔다. 그 동안 써둔 '유럽 오페라 기행' 마무리를 위해서나 이런저런 이유로 결행을 못했다. 여행 대비와 그리스를 더 알기 위해 방대한 '고대 그리스 사'를 읽었다. 지금은 EU 경제의 골치 덩어리나 우리 인류에게 물려준 정치, 문화예술, 철학, 교육, 자연과학 등 그리스인들의 유산은 위대 하다. 필자의 그리스 여행 목적은 공연예술 중심이 연극이고 연극이 처음 시작된 BC5~4세기의 연극유적, 지금의 모습 등을 살피기 위함이다. 또 틈틈이 그리스 비극과 희극을 읽고 있다. 2500여 년 전 씌어 진 희곡(연극 대본)은 지금도 무대에 올리고, 한국의 젊은 지성들이 모인 S대 도서관 대출도서 목록 1위가 그리스 비ㆍ희극이다. 이 희곡들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가져 2500여 년이 지나도 인류의 사랑을 받는다.

그리스 연극의 위대함은 서양 드라마 연극의 시작으로서 오늘날까지 희곡 중심의 그 전통(방식)이 이어져 온다. 역사를 보면 실험정신과 예술창조력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르네상스 말 경 그리스 연극 부활을 위해 오페라를, 연극과 오페라 위에서 뮤지컬을 만들어 냈다. 연극은 오페라, 뮤지컬의 정착과정에서 흡수되거나, 쇠퇴할 수 있었다. 헌데 연극은 확장 내지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연극이 문학(희곡)과의 관계에서 갖는 특수성 때문이다.

약 50여 년 전부터 199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 연극에서도 형식의 변화가 일어났다. 즉, 아직 개념이 정교화 되지 않았으나 '포스트드라마 연극'(탈드라마적 연극)이다. 이는 연극 언어의 지시적 기능에서 해방되어 무대적인 것 자체에 더 주목 하도록 하는 연극이다. 팀 에첼스(Tim Etchells)는 세계적으로 연극언어와 형식에 변혁을 꾀어온 탈장르적 아티스트이자,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선각자, 당대 최고의 실험극단 포스드 엔터테인먼트를 이끈다. 팀 에첼스의 연극(3편), LED 전시(2작품), 공연장 무대 사진전(48점)이 아시아예술극장 개관 축제와 시즌(아워 마스터) 작품으로 극장 내외에서 공연ㆍ전시됐고 일부는 전시 중이다. 팀 에첼스 연극 경향은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극장내 공연과 밖에 전시를 곁들여 관객에게 연극과 무대에 대한 쉼 없는 질문을 던진다. 둘째는 연극에서는 연극적 요소를 최대한 쪼그라들게 하거나, 반대로 과도한 연극을 더하여 연극과 퍼포먼스가 무엇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연극 3편은 9월 하순 '밤이 낮이 된다는 것', 11월 하순 '마지막 탐험', '더티 워크'가 공연됐다. 3편 연극 중 '밤이 낮이 된다는 것'과 '더티 워크'는 연극적 요소를 최대한 쪼그라들게 하고 언어(대사)로만 연극을 한다. '밤이 낮이 된다는 것'은 광주 어린이 16명의 퍼포머가 무대 위 의자에 일렬로 앉아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말(우리에게 이것 해서는 안 돼!, 저 것 해서는 안 돼! 라고 말해요.)을 차례대로 말한다. 다음은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강조하는 말, 어른들과의 약속하는 말 등등. 그리고 전 지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내용들을 50여분 동안 말한다. 이런 어린이들의 대화를 통해 어린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어떤 압력을 받으며 성장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바로 언어가 우리 모두 성장과정에 굴림 하는 수직적 권력의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들춰낸다. 언어는 인간의 의사전달 수단으로 중요하나 그것이 가지는 위험성을 어린 퍼포머들이 일깨워 준다. '더티 워크'는 남여 2명의 퍼포머가 나와 의자에 앉고, 낡은 플레이어에서 피아노 소리를 틀어주는 여자 퍼포머가 뒤쪽 의자에 앉는다. 먼저 남자 퍼포머가 '다섯 번의 핵폭발과 함께 1막 시작'의 말로 입을 열더니 역사적 해양사고 등 이전의 끔찍한 사고들을 들춰낸다. 여자 퍼포머가 받아 남녀가 실수 할 수 있는 장면들을 말한다. 계속해 두 퍼포머는 자신들이 꿈꿀 수 있는 가장 큰, 스펙타클한, 흉측한, 불가능한 공연을 상상해 말한다. 번갈아 5막이 펼쳐지는 동안 관객의 머릿속에 공연이 일어난다. '마지막 탐험'은 두 작품과 다르게 퍼포먼스를 크게 한 경우다. 이 작품도 12명의 퍼포머가 다음에 펼쳐질 퍼포먼스와 관련한 말들을 한 퍼포머의 선창에 따라 후창 한다. '이 강은 길을 따라 흐른다', '이 집은 언덕 꼭대기에 있다'등등. 이들은 15분여의 말이 끝나자 전원 퍼포먼스를 시작한다. 퍼포머들은 직접 만든 거대한 바다 괴물, 유령, 전투왕, 로봇, 춤추는 나무 등의 의상을 입고 야외 행렬을 만들며 여러 신화에 등장하는 혼돈으로 가득한 여러 풍경들을 만들어 낸다. 토크쇼에서 '마지막 탐험', '더티 워크'가 난해하다는 관람객들 말에 팀 에첼스는 공연무대라는 장소를 전혀 다른 상상의 공간으로 해보려는 노력이라 했다. 허나 연극의 본질이 빠진 듯 해 아쉽다.


정창재 지역문화예술 평론가ㆍ전 광주문화예술회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