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예술의 거리서 지산동의 변호사를 만나러 갔다. 동명동을 걷는 길목에 수많은 가옥들이 서석동과 이어져 펼쳐진다. 지인이 대인시장 뒤, 계림동의 옛 가옥을 개조해 예술창작 촌(집)을 운영한다. 예술의 거리에서 거기 가는데 또 일반 주택들과 맞닥뜨린다. 멋들어진 쇼핑가, 딱 벌어진 레스토랑은 상상할 수 없고 길을 따라 작은 음식점, 편의점이 고작이다. 필자가 사는 북구를 포함, 광주 전역이 비슷하다. 공단 등이 도심에 위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얘기를 쓴 것은 생산시설이 적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다. 오늘날 도시는 생산시설을 많이 가져야 일자리와 무역, 관광으로 일단 재화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할 때는 정치가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시민 생활을 넉넉하게 해주는 것이 정치의 가장 기본이니까.

광주시 역사를 되돌려 보면 광주시가 왕성해지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PㆍK 두 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활동 중의 하나가 해외 (일반)기업 유치일 것이다. 기업유치는 해당부서에서 1~2개월 전부터 밤잠을 설쳐가며 계획을 세우고 경제인들을 대동해 길게는 10일이 넘는 경우도 허다했다. 연간 4~5회 이상은 다닌 듯하다. 시민들이 효과를 피부로 못 느끼고, 예산을 쓰지만 이를 탓하지 않았다. 씨 뿌린 기업유치 활동은 언젠가 잘사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기업유치는 시민의 부담으로 공단을 조성하고 조례(광주광역시 투자유치 촉진조례)에 의거해 행ㆍ재정 지원, 지방세 감면, 공유재산 매각 및 임대, 보조금 지원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다 시민 부담이다. 이것은 법에 의한 것이고 시장은 유치 기업의 오너를 만나기 위해 여러 채널을 동원해 무진 애를 쓴다. 또 불면 날아갈세라 그의 비위를 맞추기까지 해야 한다. 지구촌 입장에서 각 국가, 각 자치단체가 기업유치에 나서니 경쟁이 치열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피가 거꾸로 흐르려는 상황을 맞는다. PㆍK 두 시장의 12년 재임기간 중 해외 기업유치는 산술적 계산에 의하면 50여회 이상이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예술(문화산업)기업 유치 목적의 해외출장이 몇 번 있었는지 묻고 싶다. 필자 기억은 2005년 세계문화포럼 유치, 2011년 3D 컨버팅 사업 유치(입체영상 변환 기술도입 법인설립 후 추진하다 일명 갬코 사기사건으로 이어짐)가 전부다. 세계의 문화도시, 우리 주요도시 즉 서울. 부산. 대구 등을 보면 예술발전, 예술(문화)산업 발전은 공공분야보다 민간분야가 이끌어간다. 우리 다 아는 바지만 서울에 국공립 문화시설(미술관, 공연장, 박물관 등)이 있으나 이 시설들은 공공적 기능밖에 못한다. 그 사이에 민간이 운영하는 미술관, 공연장, 화랑(갤러리), 작가, 공연제작자, 공연(엔터테인먼트)기획사 등이 공공성과 영리를 동시 추구해 가며 오늘의 서울문화 판을 만들어 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민간자본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세계 미술시장 중심이 어디냐는 국가 미술과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해 중요하다. 경쟁은 런던, 뉴욕, 북경, 파리 등이 각축을 벌인다, 그 중심에는 경매회사, 화랑(갤러리) 등이 있다. 광주는 영세 상업 화랑이 2~3개 밖에 없어 감이 안 오지만 런던, 뉴욕의 메이저 화랑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래, 즉 우리나라 웬만한 기업을 능가하는 매출을 올린다. 4개 도시의 화랑(갤러리) 거래가 세계 1, 2위 도시를 결정하고 있다. 공연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은 뮤지컬이 대세다.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의 뮤지컬 또한 공연기업이나 재력가의 자본이 만들어 낸다. 대표적인 사례로 세계 4대 뮤지컬, 캣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사이공을 런던의 제작자겸 자본가 캐머런 매킨토시에 의해 만들어 졌다. 디즈니사 뮤지컬 라이언 킹이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공연기업들도 세계무대에서 빠지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의 빼어난 노래실력, 연기력을 바탕으로 세계무대를 점령해 간다. 우리나라 공연기업 CJ E&M, 오디뮤지컬컴퍼니 등이 상당기간 수험료를 지불하고 이젠 뉴욕의 강자로 부상했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들이 일본 성공을 기반으로 중국 진출 쇼케이스를 벌이고 있다.

필자는 순수예술(영상, 게임 등은 제외)의 산업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이 글을 썼다. 광주는 문화전당을 통해 문화산업을 하자면서도 예술기업에 무관심 했다. 그 결과 몇 년 전 서울 화랑 '가나아트'가 예술의 거리서 1년 정도 버티다 철수 했고, 독일 유명 화랑 '슐츠'가 오겠다더니 감감 무소식이 됐다. 괜찮은 클래식 연주회를 유치할 만한 기획사는 아예 없다. 광주시는 다 쓰러져가는 예술기업 육성과 해외기업 유치에 나서야 할 때를 너무 지나쳐 버린 것 같다.


정창재 지역문화예술 평론가ㆍ전 광주문화예술회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