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서남부, 전남과 광주. '지구상에서 가장 사람살기 적합해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영리하고 예술적이다'는 화두를 어떻게 생각할지? 우리는 바쁘고 힘든 일상에서 주변을 살피지 못한다. 산소가 없으면 죽는데도 그 가치를 잊고 사는 것처럼. 필자는 전남ㆍ광주의 자연현상과 예술에 대한 연구와 글쓰기를 원한다. 그러나 개인으로서 한계가 있다. 적은 지면이지만 일부라도 글을 쓸 수 있어 다행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국가경영(지방행정도 국가경영이다)에서 후대에 길이 남고, 세계적 정치가들의 치적으로 회자되는 것이 무엇일까.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가치 있는 것은 치산치수(治山治水), 교육 등이다. 민선 6기 이낙연 전남지사의 브랜드 사업 '숲속의 전남'과 '가고 싶은 섬'이 아주 매력적이다. 기존의 자연환경을 더욱 보존, 발전시키고 개발해 관광과 연계한다는 뜻이다. 이 사업들의 추진을 위해 6개의 섬과 숲 조성지가 선정되고 이 지사의 일본 '나오시마(섬) 지중미술관' 방문계획, 국내의 조림지와 분재원 등을 탐방하는 보도들이 관심을 끈다.
남한 땅 전남의 중심 광주에서 부산, 대구를 거쳐 서울을 가보고, 또 광주에서 대전을 거쳐 서울에 이르는 여행 소감은, 전남ㆍ광주가 아름답다는 것이다. 밋밋하고 아담하다 간혹 성난 모습의 산과 강, 들의 조화와 어우러진 풍광, 마을의 아늑함 등…. 그리고 서남해안부터 남해안에 펼쳐지는 수 천 개의 섬들과 섬 안의 미는 지구 어디에도 없다. 여기까지는 눈에 보이는 얘기다. 필자는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자연을 통틀어 '전남ㆍ광주의 자연 현상'이라 했다. 눈에 안 보이는 자연의 첫째는 토양이다. 이곳 땅은 '화성암(경상도 수성암)지대로 풍화가 잘되고 기름지다'하여 사람들은 땅 토리(土理)의 영향으로 느긋하고 깊이가 있고 낭만적이어서 예술을 발전시켰다('전남의 전통문화(上)', 전라남도. 1983. 93 페이지 참조). 둘째 바다 속의 땅, 대륙붕이다. 한국 대륙붕은 서남해안에 가장 넓게 펼쳐있다(2~5광구). 미네랄이 많아 맛있고 영양가 높은 어족이 생산된다. 셋째 태양의 일조량이다. 전남ㆍ광주의 일조량이 길다. 일조량 부족은 농작물을 부실하게 하고 사람건강을 해친다. 넷째 대기 중의 기후다. 철따라 달라진 태평양의 바람, 긴 일조량에 의한 온도, 습도 등은 서로 작용하여 사람살기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천일염, 유자, 귤 등 특수 작물을 생산한다. 결국 자연현상은 사람의 생존을 영위하는 음식, 정신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 지역 사람들이 머리가 좋고 예술에 뛰어나다는 걸 숫자적으로 나타낼 수는 없다. 그러나 광주 고3의 대학수능시험 평균 성적을 보면 내리 1위를 해오고 있고, 공연(판소리, 무용, 산조 등)과 미술(청자, 분청자기, 한국화 등), 문학 등에서 우리나라 예술을 선도해 왔다. 현재도 왕성해 광주비엔날레,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이었다.
전남ㆍ광주의 자연 현상에서 태생한 예술. 그래서 예향이라 했던가? 허나 예향에서 예술이 시ㆍ도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예술이 지역(도시)의 재생에 기여한 얘기들이 수없이 회자되는데도 시도되지 못한 것은 확신과 마케팅의 문제다. 고향이 완도(약산)인 필자는 '가고 싶은 섬 사업'에 예술이 빠지면 어쩌나 속을 끓였다. 그러다 이 지사의 일본 나오시마 방문 보도를 보고 마음을 놓았다. 일본은 미술관을 통해 섬, 농촌지역, 구도심 재생(활성화)의 성공과 세계 유수미술관으로 발전시킨 사례가 3개('지중미술관'/나오시마, '21세기미술관'/가나자와시, '모리미술관'/동경)가 있다. 짧은 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설계부터 철저한 기획과 마케팅, 콘텐츠였다. 현재 도립미술관 건립이 추진 중이다. 예산 규모와 어떻게 세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강진 청자 토요경매를 살리고 진도 미술 경매가 활성화 돼야 한다. 광주시립미술관도 운영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미술관 본관을 옮기고 이곳저곳 시설을 확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전시 규모(小규모 多전시)를 고민해 보고 콘텐츠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광주비엔날레의 그늘에서 훌훌 털고 일어서 경쟁을 해야 한다. 필자가 광주시청 사무관, 문화예술회관 관장 시절 목포, 진도의 국악 상설공연을 모델로 광주국악 상설공연을 시도하다 이루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두 지역 공히 국악에 힘써야 한다.
전남ㆍ광주의 대표 음식 '김치'를 알리고 산업화에 목표를 둔 '광주김치축제'가 예산지원에 제동이 걸려 난관에 처해있다. 국내외적으로 광주김치 브랜드화에 실패한 결과다. 다시 말해 전남ㆍ광주의 자연현상을 통한 차별화에 실패했다. 전남의 섬, 숲 브랜드 사업은 자연현상을 곁들인 마케팅으로 생명의 땅으로 거듭나기를 빈다.
정창재 지역문화예술 평론가ㆍ전 광주문화예술회관 관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