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하면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다. 우리 광주시립교향악단 같은 순수예술단체가 신년음악회로 세계로부터 돈을 긁어모은다면 독자들의 생각은 어떠실지?(예술을 돈으로 환산해서는 안 되지만 현실은 다르다). 오스트리아 빈 필('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약어)과 독일 베를린 필('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약어)의 2015년 신년음악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도 다 지나간다. 우리는 설이 둘이니 2월도 신년기분이다. 신년음악회는 필자에게 추억이 있다. 때문에 지난해 12월 말, 신정 때 일반극장에서 빈, 베를린 필의 신년음악회 생중계(1일, 3일) 관람을 결심했다. 입장권을 예매하려 메가박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2일 전인데 '예매마감'이다. 이럴 수가! 필자는 영화 관람권을 사던 대로 좌석 걱정을 잊은 것이다. 전국 상영관을 뒤져보니 10여개 도시의 15개관에서 동시상영 한다. 지방 큰 도시는 대략 1개관, 서울이 여러 곳이고 코엑스관은 5개관을 운영 한다. 모두 '예매마감'이다. 애호가들이 단체로 예약(약 6000명 추산)을 한 것 같다. 이렇게 90개가 넘는 나라에 전파를 송출한다니 가히 짐작이 간다. 마음먹은 일이 안되면 두고두고 후회하는 성격이 여러 날 괴롭힌다. CD, DVD가 1개월 후 2월 초 발매된다니 기다리기로 했다. 벼르다가 1월 19일 '예술의 전당' 공연관람 길에 예약(빈 필 DVD 2만 7000원)을 했더니 3주 후인 지난 10일 쯤 드디어 DVD가 왔다.
빈 필 신년음악회는 1939년 세계 2차 대전으로 먹구름이 오스트리아를 뒤덮자 국민들의 애국심 고취와 아픔을 어루만지기 위해 시작해 76년째다. 오스트리아 음악가 중에 하이든(1732~1809), 모차르트(1756~1791), 슈베르트(1797~1828), 쇤베르크(1874~1951) 등은 교과서에서 배웠다. 이외 빈 풍의 왈츠 기초를 닦은 '요한 슈트라우스 1세'(1804~1849)와 아들들 왈츠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요제프', '에두아르트' 그리고 손자 '요한 슈트라우스 3세'가 있다. 이 가문 3대에 의해 빈을 왈츠, 폴카의 도시로 만들어 세계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2009년 이래 빈 필 신년 음악회의 프로그램은 슈트라우스 일가의 세상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주제로 녹이고 있다. 주빈 메타(Zubin Metha)의 지휘로 열린 2015년 신년음악회 프로그램도 거의 왈츠, 폴카로 구성했다. 앙코르 곡은 '아름다운 푸른 도나우 강가에서',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끝냈다. 세계에서 모인 관객들이 앙코르 곡에 맞춰 박수를 치고 환호를 지른다. 세계최고 빈 필 신년음악회는 독특하고 어려운 춤(왈츠)곡들임에도 여유 있게 다정하고 아름다움을 들려준다. 공연장에 장식된 3만 송이 장미가 더욱 아름답다. DVD에 자꾸 마음이 끌린다.
2006년 광주시청 문화예술과 문화예술진흥 담당 사무관 때다. 당시 이슈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분야별 세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필자는 예술진흥 분야를 맡아 외부 인사들과 함께 우선 추진할 것과 중장기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적은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사업으로는 '송년음악회', '신년음악회', '국제 아트페에 참여 작가 지원' 등이 제시됐다. 송년, 신년 음악회 모델은 빈, 베를린 필 신년음악회였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되려면 이런 정도의 문화는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2006년 추경예산에 송년음악회 예산이 확보되고(신년음악회 예산은 확보 못함), 2007년 아트페어 참여 작가 지원 예산이 반영되었다. 송년음악회는 예산을 문화예술회관으로 보내 개최할 수도 있지만 전에 실패한 사례(국악 상설공연)가 있어 시에서 직접 추진했다. 필자의 기획, 실행계획으로 2006~2007년 성악중심의 음악회를 성대하게 마쳤다. 2008년부터는 광주비엔날레로 파견 가는 바람에 더 이상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이 음악회는 힘을 잃어가다 문화재단으로 넘어가고 지금은 중단해 버렸다. 문화는 만들어 가는 것이다. 멋진 송년음악회로 발전시키지 못한 광주시의 문화행정 수준이 아쉬움을 넘어 원망스럽다.
문화전당 아시아예술극장은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공연예술 창ㆍ제작을 제일의 목표로 삼고 있다. 물론 필자도 실험과 혁신을 갈망하지만 지나친 강조에 대한 함몰을 경계했다. 즉 필자가 지난 2회간 게재한 글(본보 1월 8일, 2월 11일자)에서 인류역사 이후 2000년은 실험과 혁신의 역사지만 그 답은 메아리였으며, '순수예술을 최고로 잘하는 것이 혁신이다'는 답을 내렸다. 이번 순수예술을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린 빈, 베를린 필의 경우도 동일한 것이다. 아시아예술극장은 공연예술 창ㆍ제작 외에 여러 목표를 가져야 한다. 아시아를 품어야 하고, 공연장 브랜드를 갖는 것과, 문화향유 등이다. 이를 위해 가칭 '아시아 신년 음악회'를 제안해 본다. 서양음악 중심의 세계음악 질서 속에서 다양한 아시아 전통음악의 가치와 공연장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정창재 한국예술정책 연구가ㆍ전 광주문화예술회관 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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