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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의 '로마 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 전(이하 '폼페이 특별전')'을 관람했다. 2013년 가을 짧은 일정으로 서유럽 6개국을 여행했다. 이중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연안의 '폼페이 유적'과 로마 '바티칸박물관', 런던 '대영박물관'은 현재의 예술과 기원전 예술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했다. 두 시대의 예술 비교는 예술정책이나 인류학 등에 매우 의미가 크다. 필자는 고대 예술 연구가는 아니다. 하여 기원전의 예술은 아주 저급, 한참 덜 발전되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필자 생각이 그릇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들은 기원전, 즉 2000년 전 인류의 유물과 예술품의 전시나 역사의 현장이다. 폼페이는 BC 6세기 전반에 건설되고 BC 2세기 가장 번영했다. 약 3200m 성벽으로 둘러싸인 이 도시는 1만 여명 인구, 주택 800채, 상점이 600여 곳인 국제적인 상업도시다. 폼페이와 인근 도시는 AD 79년 8월 24일 갑작스런 베수비오 산의 화산 폭발로 화산재 등으로 겹겹이 묻혀 역사에서 사라져 버린다. 폼페이가 없어진 1500년 후인 1592년 운하 건설 중 실체가 드러나고 1748년 발굴이 시작된다. 화산자갈 아래 놀랄 만큼 잘 보존된 폼페이 유적은 집, 공공장소의 일상을 정확히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도시의 여러 장소, 장식들은 유럽의 회화, 미술장식, 학문, 건축 등에 큰 영향을 끼쳤다.

지금의 폼페이는 소도시다. 주도(州都)인 나폴리서 만을 따라 20여분 달리면 폼페이, 30여분 더 가면 소렌토가 나온다. 세계적인 휴양지다. 폼페이 유적 입구 '마리나 문(Porta Marina)'을 지나면 우측에 공회장, 공회당이 있고 조금 떨어져 대극장, 소극장이 있다. 그리고 우측 맨 안쪽에는 대 체육관, 2만 여명이 앉을 수 있는 원형 경기장이 있다. 다시 입구 쪽으로와 공회장 좌측에는 신전(아폴로, 제우스)이 있고 2개의 목욕탕이 있다. 공회장 목욕탕은 미온탕, 냉ㆍ온탕과 벽면에는 호화로운 조각 작품들과 소지품 보관소도 있다. 스타비아 목욕탕은 크고 가장 오래된 곳으로 사우나, 목욕탕, 체육시설 등을 갖췄다. 현재와 비슷한 구조다. 술집과 상점, 빵집, 세탁소 등과 창녀의 영업장소들이 있는 거리 루파나레(Lupanare)가 있다. 그녀들의 방에는 야한 그림과 낙서가 즐비하다. 각각의 방문위에는 자신의 특기를 보여주는 그림과 자신 고객 자랑, 은밀한 만족, 성병에 대한 불평 등이 기록돼 있다. 또 폼페이의 호화롭고 부유했던 생활을 말해 주는 비극시인의 집, 목신의 집, 베티의 집, 비너스의 집이 있다. 입구 '마리나 문'으로 들어와 앞서 말한 공공지구를 지나 한 능선을 넘으니 일반 시민들의 주택지, 시장, 도로 등이 쫙 펼쳐진다. 돌아오는 길에 생활도구 등과 미라가 있는 전시장을 들렸다. 당시 생활 도구와 사람의 모형을 석고로 재현해 놨다. 용암이 덮치는 순간 누워있거나, 엎드려있거나, 웅크리고 앉았던 사람 등 화산 폭발로 죽은 이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입구에서 우측에 떨어져 있는 출구로 나왔다. 2000여 년 전 폼페이를 빠져 나온 셈이다. 유적을 둘러보니 시간만 지났지 2000여 년 전 사람들의 '생활', '예술적 감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를 사는 사람과 근본은 대동소이 하고 일부 과학기술 발달로 생활이 약간 편리해졌다는 것뿐이다.

국립박물관 폼페이전은 필자를 서울로 끌어 올렸다. '폼페이 유적'은 건축물들의 잔해와 도시의 모습들이다. '특별전'은 수십 점의 벽화, 조각품, 도시의 조각 장식품, 여성의 장신구, 주택의 가구, 경제활동ㆍ식생활 도구, 신앙생활을 나타내는 벽화ㆍ조각ㆍ도구, 의술과 장례문화 등 오늘날과 같은 문화를 보여준다. 마치 어제 제작되거나 만들어진 듯 지금이라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당시 유럽인의 삶이 현재 동양에 살고 있는 필자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유사성을 가졌다는 점을 인식하게 한다.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은 프레스코기법으로 그린 수많은 벽화다. 4폭의 '정원벽화'가 큰 전시장을 꽉 채운다. 그림 앞에 서니 실제 정원에 와 있는 것 같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내년 개관하는 아시아문화전당의 전시, 공연은 당대 예술을 지향한다. 아시아의 과거, 현재, 미래를 현재화를 통해 동시대적 관점에서 조망한다. 또 동시대, 즉 현재의 아시아인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 보급한다. 아울러 실험적이고 창조성을 강조한다. 필자는 앞에서 '2000년 전 예술이나 현재의 예술의 결과가 대동소이하다' 말했다. 물론 2000년 동안 수많은 예술가들이 새로운 예술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았겠지만! 예술은 아름답고 재미있어야 한다. 문화전당의 시간적 제한 등 조건을 달고 있는 예술이 어렵게 느껴지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정창재 한국예술정책 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