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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고향 섬은 풀과 나무가 땔감이었다. 초등학교 때 할머니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강아지, 고양이가 부뚜막에 드러눕는다. 손자들에게 욕도 못하시고, 천사 같은 할머니는 무슨 일로 화가 나셨는지 부지깽이로 '망할 놈의 고양이'라면서 내리치신다. 영문도 모르고 두어 대 얻어 맞은 고양이는 획 도망쳐야 한다.

큰 잘못도 없이 개혁의 멍에 아래서 뭇매를 맞는 광주비엔날레가 애처롭다. 세계를 놀라게 하고, 한국 문화와 미술 지형을 바꿨던 광주비엔날레! 시민들의 자긍심 이었으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태동하게 한 광주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는 요즘 개혁의 그늘에서 보이지 않는다. 요란하던 개혁위원회가 내놓는 개혁안은 그저 그렇다. 개혁 동기의 명분이 약하고 야위어진 광주미술 판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개혁 발단은 제10회 행사 특별전의 특정 작품 전시부터다. 결국 이 작품은 전시되지 못했다. 세계 유수 광주비엔날레의 작품제작 과정과 제작 후 작가와 작품을 보호하지 못한 것은 족쇄가 됐다.

참 아쉽고 반성해야 될 일은 단일 사건을 개혁으로까지 이어지게 했다. 광주미술계가 바라는 것이 있다. 필자의 바람도 미술계와 같다. 세계유수 비엔날레 개최도시 미술 판이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져야 한다는 당위성이다. 그러나 그 반대가 되고 있다. 어떤 부분은 20년 전보다 못한 상황이 됐다. 한국을 대표했던 광주화단을 바라보고 있는 화가들은 기가 막힐 일이다. 미술계가 알아야 할 것은 그 책임이 광주비엔날레에 있지 않고 자치권(징세, 예산, 예술진흥 등)을 가진 광주시에 있다. 광주미술 판의 원죄가 광주비엔날레에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은 감정이 쌓인 결과로 보인다.

민선 6기를 맞은 광주시는 과거 일은 제백사(除百事)하고 미술인 사기를 북돋우며 미술 산업의 발전 그림을 그리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 비엔날레는 미술계와 소통을 늘리고 광주작가 육성에 적극적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광주 시민, 한국 국민과 세계 인류를 위해 어떤 서비스를 더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 고민은 봉사와 희생이 아니라 광주비엔날레가 살아남는 길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20년 전에 비해 세계 미술지형은 변했다. 지금은 미술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미술관 경쟁시대이기 때문이다. 조금 알려진 미술관(가까운 일본의 '모리', '나오시마', '21세기미술관', 서울 '국립미술관/서울관', '유럽ㆍ미국 미술관' 등)의 1년 관람객은 최하 50만 명에서 100만, 500만, 1000만 명에 이른다. 고비용에 2년마다 개최하는 비엔날레 시스템으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광주비엔날레는 20년 동안 쌓아둔 콘텐츠를 활용하는 일과 지속 콘텐츠를 확보해 나가는 일이 큰 과제로 삼아야 한다.

광주비엔날레는 20여 년 동안 3회의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여러 가지 대안들이 나왔었다. 이번 제안된 개혁안들도 옛날 것의 재탕에 불과하다. 조직과 제도를 고친들 운영하는 사람들이 적당치 못하면 공염불이다. 가장 역사에 남을 일은 '제1회 이후 소용돌이에 휘말려 식어가던 광주비엔날레를 4~5회 때 활기를 불어넣었던 일'이다. 제10회 행사를 전후한 광주비엔날레의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개혁'이니 '혁신'이니 하는 표현은 부적절 하다고 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광주비엔날레가 지속 변화를 해야 한다. 광주비엔날레는 지금 어정쩡하다. 세계 최고도 아니고 경쟁 비엔날레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미술관과도 콘텐츠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여 사람 바꾸기를 위한 개혁이 아니라 세계 최고를 향해 가는데 뒷바라지 하는 즉, 경영의 혁신을 위한 정책들이 마련됐으면 한다. 이번 개혁의 핵심은 디자인비엔날레를 재단에서 떼어내고 '본 전시'와 '산업전'으로 분리하는 안의 집약으로 보도됐다. 우리는 디자인비엔날레를 통해 '예술'과 '산업'의 성과가 동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것은 '이상'이고, '넌센스'다. 디자인비엔날레를 떼어내는 개혁은 재단의 능률을 저하시켜 예산 낭비 요인이 되고, '본 전시'와 '산업전'의 분리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질적 하락, 정체성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경기도 구리시는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사업을 추진한다. 그런데 50억불(5조 3000억원)의 외자를 유치해 희색이 만연한다. 서울시는 2017년 건축비엔날레를 창설 개최한다. 소위 개혁이라고 행사나 주물럭거리지 말고 큰 그림을 그려보기 바란다. 광역단위 광주시가 작은 시 단위 구리시보다 못해 쓰겠는가.


정창재 한국예술정책 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