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세계 유수의 공연, 전시가 수없이 열린다. 필자는 그 중에서 필요한 것들을 보기위해 지난 2013년 7월부터 6차례 다녀왔다. 목적을 두고 본 것은 '뭉크'(7월), '교감'(9월), '폼페이' (12월), '세계의 민속무용'(9월), 'Cavalia(카발리아)'(12월), '사무엘 윤 공연'(1월) 등이다. 시간이 있는 몸이라 서울 왕복시간과 경비 등을 감안해 아침 일찍 출발해 다른 전시 등을 보고 새벽 2~3시에 온다. 혼자 지하철을 타고 날렵하게 움직이면 하루 3~4건의 전시, 공연을 볼 수 있다. 필자는 반드시 도록 등 자료를 사오는 경우로, 경비가 1일당 전시만 보는 날 10만원, 공연은 20만원 이상 든다. 전시는 입장료가 싸고 공연은 4등급 좌석 중 3~4등급에서 봤을 때이다. 시시콜콜한 얘기를 쓰는 것은 문화전당, 시 관계자의 마케팅 그리고 예술애호가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다.
눈을 감고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공연과 현재 공연 중인 작품에서 가장 발전된 공연을 말해 보라'면 쉽지 않다. 다양한 장르, 장르간의 복합 등 수 만 가지 형태의 공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외로 쉬울 수 있다. 먼저 예술발전 과정을 살피고 이 중에서 현재도 가장 주목 받는 공연을 꼽아보면 될 것이다. 주관적일 수 있지만 필자는 저서에서 라스베가스에서 공연되는 '태양의 서커스'의 '카쇼(KA Show)', '오쇼(O Show)', 중국의 '인상시리즈' 그리고 '뮤지컬'을 꼽았다. 이 작업을 한 가장 큰 목적은 세상에서 제일 발전된 공연의 구성 요소 등을 살펴 우리도 그 길을 가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공연예술에서 정말 획기적이고 경이로운 콘텐츠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하며 찾아 헤맨다. 그러나 그런 콘텐츠는 없다는 걸 역설한 것이다. 이 복합장르 유형의 공연은 기초예술과 기획,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함을 알려 준다. 세상에 있을법한 스토리에 노래, 기악, 무용, 연기, 기예(서커스) 등 여러 기초예술, 영상을 활용한다.
먼저 '오쇼(O Show)'의 경우에는 무대 전체를 물로 채워서 바다를 형상화 했고, '카쇼(KA Show)'는 무대가 고정되지 않고 지하에서 지상으로 획기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또 중국의 '인상시리즈'는 아름다운 운하가 많은 중국의 지리적 이점을 고려해, 호수 전체를 무대삼아 멋진 공연을 펼친다.
지난 해 말 잠실운동장 야외무대에서 '인간과 말의 교감(交感)'을 주제로 한 'Cavalia(카발리아)' ('말'(Caballo, Cheval)ㆍ '기병'(Cavalry) 장기공연이 있었다. 이 공연은 세계 투어 중에서 한국의 부러움의 모델이 되고 있는 싱가포르 MICE 복합리조트 '마리나베이' 투어 후에 방한한 것이다.
지난해 12월26일 아침 일찍 개나리봇짐을 챙겨 국립박물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들려 잠실운동장에 도착하니 어둠이 깔린다. 엄동설한 한강의 매서운 찬 공기 탓인지 밖에 서있기 힘들다. 공연장은 하얀 텐트로 서커스장 분위기가 나고 옛날 시골장터 같다. 라스베가스의 '카쇼', '오쇼' 관람은 실내극장인데 반해 맛이 새롭다. '태양의 서커스'는 작품 뉘앙스가 서커스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순수 서커스가 아니고 서커스를 바탕에 깔고 있는 초현대판 종합공연이다. 캐나다 퀘벡주는 '태양의 서커스'사가 서커스를 현대화해 블루오션으로 만든 곳이다. 카발리아 본거지도 거기에 있다. 카발리아 감독이자 제작자인 '로만 라투렐'은 '기 랄리베르테'와 '태양의 서커스'를 만들었던 사람이다. 따라서 카발리아는 '태양의 서커스' 시리즈의 흐름을 동물로 확대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텐트 안은 180도 딴판이다. 2000명 관객이 기념품을 사며 쉴 수 있는 라운지가 있다. 공연은 역시 혁신적이어서 상상을 초월한다. 승마와 공연 예술, 멀티미디어, 그리고 특수 효과를 신선한 형태로 혼합했다. 역사 내내 이어진 사람과 말 관계, 곧 자유, 협력, 그리고 조화라는 꿈에 바치는 환상적이며 감동적인 헌사다. 시와 정서로 채워진 동화 같은 설정을 배경으로 한 공연에선 다양한 예술과 라이브 음악이 압권이다. 50m 길이의 대형 무대에 50여 마리의 말 중 16마리 말과 33명의 배우들이 나와 물이 흐르는 강가에서 노니는 광경은 일반 무대에서는 상상이 안 되는 장면이다. 흠이 있다면 '전체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문화전당 예술극장에 대해 불만들이 많다. 그러나 현 시설의 가장 강점은 역시 가변형의 무대로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언젠가 '카발리아' 같은 작품이 공연돼 시설의 장점이 알려지기를 바란다. 보고회나 진행 중의 계획에 의하면 소규모 작품이 거론되고 있다. 실험적, 쇼케이스 작품의 한계인지는 몰라도 굳이 이에 매몰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정창재 한국예술정책 연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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